자갈치시장을 다녀오며 활기찬 분위기와 신선한 해산물, 정겨운 상인들의 모습이 인상 깊었고, 부산만의 생동감 넘치는 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1. 자갈치시장 여행, 생선 냄새보다 짙은 사람 향기

부산을 여행하면서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 있었습니다. 바다 도시의 상징 같은 장소, 자갈치시장이었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생동감이 느껴지고, 어딘가 정겨운 느낌이 드는 이곳은 단순히 해산물을 파는 전통시장이 아니라, 부산의 정체성을 오롯이 품고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부산역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발걸음을 옮긴 곳이 바로 자갈치시장입니다.
지하철을 타고 자갈치역에 내린 후 10분 정도 걸어가자, 바닷바람이 코끝을 간지럽히기 시작했습니다. 큰 간판에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라는 정겨운 문구가 눈에 들어왔고, 시장 입구에 가까워질수록 흥정하는 소리, 짐을 나르는 리어카, 상인들의 구수한 부산 사투리가 실시간으로 들려왔습니다. 이곳에선 모든 것이 멈추지 않고 살아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흐름에 자연스럽게 몸을 맡기고 시장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자갈치시장은 크게 실내시장과 노상시장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먼저 눈에 띄는 건 길게 늘어선 노점들이었습니다. 각종 생선, 조개류, 문어, 멍게, 해삼까지 없는 게 없었고, 그 모든 해산물들이 마치 살아 있는 듯 팔딱거리는 모습에 시선을 뗄 수 없었습니다. 상인분들은 저마다 특유의 억양으로 “보고 가세요~ 싱싱해예~”라며 사람들을 반겼고, 그 구수한 말투 하나에도 묘한 정겨움이 묻어 있었습니다. 저는 아직 아무것도 사지 않았지만, 이미 이 시장의 분위기에 매료되어 버린 상태였습니다.
시장 골목을 천천히 걷다 보니 점점 안쪽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실내시장 건물이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자갈치시장 본관은 깔끔하게 리모델링되어 있었지만, 내부에는 여전히 오래된 시장의 느낌이 그대로 살아 있었습니다. 해산물을 진열해 놓은 좌판들 사이로 걸어 다니는 동안, 저는 마치 바닷속을 탐험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손님과 상인이 주고받는 대화, 생선을 다듬는 칼질 소리, 손에 묻은 물을 털며 웃는 상인의 얼굴… 그 모든 것에서 살아 있는 ‘삶’의 온도가 느껴졌습니다.
2. 부산 가볼만한곳으로 자갈치시장을 추천하는 이유
부산에 가면 해운대나 광안리 같은 바닷가를 가장 먼저 떠올리곤 하지만, 부산의 진짜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반드시 자갈치시장에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도시의 살아 있는 맥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공간입니다. 부산의 사람들, 말투, 속도, 음식, 풍경이 자연스럽게 뒤섞여 이곳만의 특별한 에너지를 만들어냅니다.
제가 자갈치시장을 추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곳이 오감으로 기억되는 장소라는 점입니다. 눈으로는 싱싱한 해산물을 보고, 귀로는 구수한 억양의 대화를 듣고, 코로는 바다 냄새를 맡고, 손으로는 회 접시를 들고, 입으로는 진짜 바다의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보통의 여행지는 감성적인 느낌만 주는 경우가 많은데, 자갈치시장은 감성과 생생한 현실이 함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시장 안쪽에는 ‘시장식당’이라고 불리는 구역이 따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해산물을 구입한 후 위층이나 맞은편 식당으로 가져가 조리해 먹을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이 시스템은 자갈치만의 특별한 매력이기도 합니다. 저는 한 상인분께 추천을 받아 광어회와 산 낙지를 조금 사서 2층 식당으로 올라갔습니다. 생선을 가져가자 바로 자리를 안내해 주시고, 상차림 비용을 받고 회를 멋지게 플레이팅 해주셨습니다. 회가 상에 올라오고, 초장과 마늘, 고추, 미역국까지 더해진 한 상은 정말 먹음직스러웠고, 그 어떤 고급 일식집보다 더 큰 만족감을 안겨주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옆 테이블에서 부산 어르신 두 분이 소주 한 병을 사이에 두고 회를 나누며 나누던 대화였습니다. “이게 바로 부산 아이가~”라는 그 말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습니다. 그렇습니다. 이곳은 단순히 먹는 장소가 아니라, 부산 사람들의 삶과 자존심이 담긴 장소였습니다. 그 속에 잠시나마 스며들어 함께 공기를 나누고, 음식을 나누고, 기억을 공유할 수 있었다는 것이 이 여행에서 가장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3. 부산 해산물 맛집에서 맛본 진짜 바다의 맛
자갈치시장에서 먹은 음식은 단순히 '맛있었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합니다. 그건 마치 바다를 한입 베어 문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신선한 회를 한 점 입에 넣는 순간, 입 안 가득 퍼지는 바다의 향과 고소한 감칠맛은 제가 지금 바닷가 도시 한복판에 있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실감하게 했습니다. 음식이 공간을 증명한다면, 자갈치의 해산물은 그 자체로 부산을 상징하는 존재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회뿐만 아니라, 이곳에선 다양한 조리 음식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구운 멍게, 찐 문어, 매콤한 해물탕까지. 특히 해물탕은 해장이 절로 되는 시원한 국물 맛으로, 바다에서 바로 끓여낸 듯한 깊은 풍미를 자랑했습니다. 재료가 좋으니 별다른 조미료 없이도 감칠맛이 가득했고, 국물 한 숟가락을 떠먹을 때마다 입 안 가득 바다가 들어오는 느낌이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이건 정말 서울에선 못 먹는 맛이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시장을 다시 한 바퀴 돌았습니다. 해가 서서히 질 무렵, 자갈치시장의 풍경은 또 한 번 변했습니다. 낮 동안의 활기와는 달리, 저녁에는 조용하지만 묵직한 분위기가 감돌았습니다. 리어카를 정리하는 상인들, 바닷바람에 흩날리는 생선 비늘, 시장을 떠나는 여행객들… 저는 그 풍경 속을 천천히 걸으며 오늘 하루의 기억을 하나하나 되짚었습니다. 자갈치에서 보낸 시간은 분명히 짧았지만, 그 농도는 매우 짙었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자갈치를 단순한 ‘시장’이 아니라, **부산의 삶이 녹아 있는 '현장'**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이곳엔 오랜 세월을 견딘 상인들의 정직한 손길이 있고, 바다와 함께 살아온 도시의 이야기가 있으며, 여행자에게 따뜻한 한 끼를 나눠주는 사람들의 정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어우러져 자갈치시장이라는 이름 아래 묵묵히, 그러나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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