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천문화마을을 다녀오며 알록달록한 집들과 골목길 곳곳의 예술 작품들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분위기에 매료되었고, 걷는 내내 설렘과 즐거움이 가득했던 시간이었습니다.
1. 감천문화마을 여행, 계단길 따라 걷는 색의 여정

부산은 워낙 매력적인 도시라 어디를 가도 후회 없는 여행이 되지만, 그중에서도 제게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곳은 단연 감천문화마을입니다. 평범한 마을이 예술과 만나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고, 걸음걸음마다 스토리가 살아 숨 쉬는 곳이었습니다. 저는 그날 아침, 지하철 자갈치역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감천마을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아직은 이른 시간이었지만 이미 꽤 많은 관광객들이 모여 있었고, 입구 앞 벤치에서는 여행 안내서와 지도를 펼쳐보는 이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입구에서 마을 지도를 하나 챙겨 들고, 천천히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미로처럼 얽혀 있는 골목길은 이곳이 단지 관광지가 아니라 실제로 사람들이 살아가는 ‘생활의 공간’ 임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저는 조심스럽게 걷기 시작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풍부한 색감에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파란 지붕, 분홍 벽, 노란 창틀… 어느 하나 같은 색이 없었고, 그 색들이 조화를 이루며 마을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예술 작품처럼 만들어주고 있었습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곳곳에 설치된 예술 조형물과 벽화들이 눈에 띕니다. 특히 ‘어린 왕자와 여우’ 동상이 있는 전망대는 가장 인기 있는 포토존 중 하나였습니다. 저 역시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긴 줄에 합류했고, 줄을 서 있는 동안에도 눈앞에 펼쳐지는 마을 풍경을 감상하며 전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언덕 위에서 내려다본 감천의 집들은 마치 색색의 블록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 것처럼 보였고, 그 사이로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카메라 셔터 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무엇보다도 감천문화마을의 가장 큰 매력은 ‘천천히 걷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바쁜 걸음으로는 이곳을 절대 온전히 즐길 수 없습니다. 저는 일부러 지도에 표시된 포인트만 따라가지 않고, 그냥 마음 가는 대로 골목을 헤맸습니다. 그랬더니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예쁜 마당을 발견하기도 했고, 문 앞에 놓인 다육이 화분과 정겨운 낙서들을 보며 혼자 미소 지을 수 있었습니다. 이 마을은 길을 잃을수록 더 많은 것을 얻게 되는 공간이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2. 부산 가볼만한곳 중에서도 특별한 이유
부산에는 해운대, 광안리, 자갈치시장 등 수많은 명소가 있지만, 감천문화마을만큼 독창적인 매력을 가진 곳은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예쁜 마을’이 아니라, 이곳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생활과 예술이 맞닿아 있는 살아있는 공간입니다. 많은 여행지가 ‘보는 곳’이라면, 감천은 ‘머무르는 곳’, ‘느끼는 곳’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립니다.
이 마을의 독특한 지형도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산 중턱에 지어진 탓에 계단과 경사가 많은 구조인데, 그 경사로가 단점이 아니라 오히려 마을의 개성을 더해주고 있었습니다. 각각의 집들이 서로 겹치지 않도록 계단식으로 지어졌고, 덕분에 전망이 탁 트인 곳이 많아 어디서든 마을과 바다를 함께 조망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마을 꼭대기 부근의 ‘감내어울터’에 올라앉아 한참을 내려다봤습니다. 알록달록한 지붕들 너머로 바다가 멀리 보였고, 잔잔한 바람과 햇살이 어우러져 정말 평화로운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감천문화마을을 특별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이유는 사람 냄새나는 분위기입니다. 실제 주민들이 살고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골목을 걷다 보면 생활의 흔적이 그대로 보입니다. 빨래가 널린 베란다, 담벼락에 붙은 고양이 조형물, 벽에 쓰인 누군가의 손글씨… 이런 작은 요소들이 모여 이 마을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었습니다. 관광지임에도 불구하고, 어디까지나 ‘누군가의 집’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것도 감천의 매력 중 하나였습니다.
또한, 마을 곳곳에 자리한 카페와 소품샵도 이곳을 더 사랑스럽게 만들어줍니다. 저는 ‘감성사진관’이라는 작은 필름카메라 갤러리 카페에 들렀는데, 옛날 필름 사진과 감천의 옛 모습이 전시되어 있어 색다른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차 한 잔을 마시며 창밖으로 사람들의 움직임을 바라보는 그 시간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마치 마을 속의 한 장면이 된 듯한 몰입감을 주었습니다.
3. 감성 사진 명소에서 남긴 나만의 추억
감천문화마을에서의 마지막은 역시 사진으로 기록된 기억들이었습니다. 사실 요즘 어디를 가도 ‘인생샷’을 찍는 게 자연스러운 문화가 되었지만, 감천에서는 단순히 ‘찍는다’는 행위 이상으로 ‘기억을 남긴다’는 의미를 더 깊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치 마을 자체가 거대한 캔버스 같아서, 어느 골목을 돌아서도 새로운 프레임이 펼쳐지고, 자연스레 셔터를 누르게 되는 마법 같은 장소였습니다.
저는 이날 유독 많은 사진을 찍었습니다. 혼자 찍은 셀카, 마을 전경을 담은 풍경, 벽화 앞에서 타이머로 찍은 장면들까지.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한 장의 사진은, 아무도 없는 골목에 놓인 작은 의자 위에 올라가 찍은 정면샷이었습니다. 배경은 분홍 벽과 파란 문, 그리고 그 옆에 걸린 ‘어서 오세요’라는 손글씨 표지. 그 사진을 보고 있으면, 마치 감천이 저를 초대한 것처럼 느껴졌고, 저는 잠시 그 마을의 일부가 되었던 느낌이 들었습니다.
해질 무렵이 되자 마을의 그림자는 길어졌고, 색감은 더욱 짙어졌습니다. 노을이 지는 감천은 낮의 활기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사람들은 하나둘 마을을 떠났고, 골목은 조금씩 조용해졌지만, 그 고요함 속에서 마을이 숨을 고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는 잠시 벤치에 앉아 오늘 하루를 되돌아봤습니다. 걸었던 길, 만났던 풍경들, 찍었던 사진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속에 남은 잔잔한 감정들.
감천문화마을은 단순한 포토스폿이 아니라, 기억을 천천히 축적해 주는 공간이었습니다. 그곳을 걷는 동안 저는 많은 걸 찍고, 보았고, 느꼈습니다. 마을 곳곳에 남겨진 예술과 일상, 사람들의 흔적 속에서 나만의 여행이 완성되었고, 그 기억은 시간이 지나도 바래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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